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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회고

    2023년에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경험

    2023년에 내가 시작했거나 경험했던 일들 중에서 좋았던 것을 1점부터 10점까지 매기고, 높은 순으로 나열해 보았다.

    9점.

    삶에 있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을 때 나는 행복하다.

    • 2023년 말, 나는 2시 이전과 7시 이후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6시간 이상 가지게 되었다. 2023년 초만 해도, 회사에서 업무 시간을 잘 통제하지 못하여, 오전부터 밤까지 회의가 있기 일쑤였다. 1시간 이상 집중하지 못하여 주의가 산만하기도 했다. 이제는 회의 시간을 2시부터 7시까지의 시간으로 제한함으로써, 회의는 회의, 업무에는 업무만 집중하게 되었다.
    • 여자친구와 꾸준하게 일기를 쓰고 주간회고를 하기 시작했다. 회고의 힘을 체감하며, 작년부터 꾸준히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하루에 5분을 내서 일기쓰기가 쉽지 않았다. 해답은 여자친구에 있었다. 여자친구와 서로 일기를 공유하고, 쓰지 않으면 서로 재촉하기로 약속하니까 드디어 습관화에 성공했다. 서로의 일기가 궁금하니까 꾸준히 서로의 일기장에 들어가게 되고, 써야 한다는 소셜 프레셔가 생기는 것 같다.
    • 회사 중간관리자들과 코칭을 공부하고 연습하는 스터디를 만들었다. 코칭이나 동기면담과 같은 말하기 방식은 이론만 배워서는 변화가 없다. 실전으로 연습하면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상호코칭을 서로 주고받으며 피드백하는 문화가 생겨서 꾸준히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요리에 익숙해져서 라자냐 정도까지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원래 라면밖에 못 끓이는 사람으로서, 근사한 요리를 내가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자취를 시작하면서 꾸준히 요리에 도전하니 가벼운 이탈리아 가정식까지는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다.
    • 샌프란시스코에 2주 살기를 하러 갔는데, 개인적으로 1년동안 내린 결정들 중에서 제일 좋은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에 살아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섰다. 그리고 미국에 사는 것에 대해서 걱정했던 것들은 사실은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던 것이라는 걸 알았다. 오히려 다른 것을 걱정해야 했다.

    8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으나 루틴화되지 못하고 띄엄띄엄 이어질 때 나는 행복하다.

    • 네이버 블로그에 생각이 날 때마다 일상글을 끄적이고 있다. 원래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적을 곳이 마땅히 없었고, 특별히 적을 인센티브도 없는 탓에 쉽게 글쓰기를 그만두게 됐다. 이제 글을 쓰면 반응해주는 이웃들이 있기에 글쓰기를 할 인센티브가 있다. 그렇지만 퇴고할 에너지가 대개 부족하기에 습관이 되지는 못하는 듯 하다.

    무의식 중에 고통받으면서도, 고통이라고 느끼지도 못했던 것을 해소할 때 나는 행복하다.

    • 창문 청소기를 빌려서 집 외창을 닦았다. 이사올 때부터 외창이 더러웠기 때문에, 외창은 그냥 더러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외창을 닦고 나니 너무 깨끗하고 뷰가 시원해서 놀랐다.
    • EO 하우스에 2주간 투숙하게 됐다. 원래는 밤에는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과 같이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은 생각보다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자취할 때는 요리하는 비용에 비해서 얻는 행복이 적고, 식재료 소진의 압박이 있기에 요리할 인센티브가 적었는데, 6명이서 함께 사니까 계란 한판이 순식간에 없어지며 재밌게 요리하면서 지내서 좋았다.

    새롭게 탁 트인 곳을 방문할 때 나는 행복하다.

    • 2023년에는 꽤 많은 새로운 곳들을 방문했다. 락고재라는 한옥 호텔에서 투숙했고, 더숲초소책방이라는 팔각정 가는 책방에서 조용히 책도 익었다. 북서울꿈의숲, 남한산성, 서울동물원도 산책했다. 탁 트인 분위기에서 좋은 공기를 맡으며 있는 것을 나는 좋아하는 것 같다.

    좋은 카페에서 일에 집중할 때 나는 행복하다.

    • 2023년에 새로운 카페 두 곳을 발견했다. 연남동 프로토콜과 청파책가도. 모두 멋지고 조용한 곳이었다.

    처음 방문하는 식당에서 좋은 경험을 할 때 나는 행복하다.

    • 조선팰리스에 숙박할 때 더 그레이트 홍연이라는 중식당에 방문했다. 경험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저 멀리 보이는 롯데타워와 테헤란로 너머로 땅거미가 지는 모습을 보면서, 특이한 탕수육을 먹는 경험. 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다.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과 따뜻한 교류를 할 때 나는 행복하다.

    • 오랜 소꿉친구인 Y와 서울대입구에서 샤브샤브를 먹고 바에서 위스키를 홀짝였던 적이 있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약간 멀어져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니까 왜 예전에 많이 친했는지를 떠올리게 됐다.

    7점.

    안 해봤던 새로운 경험을 해봤을 때.

    • 연인과 처음으로 롯데월드에 갔을 때. 저 멀리 청송에 맑은 공기를 맡으러 1박을 숙박하러 갔을 때. 제기동의 경동시장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좋다.

    회사나 사회에서 인정받았을 때.

    • 회사에서 React Native 기술과 관련한 논쟁이 심했다. 도입 과정에서, 상대방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는데, 내 커뮤니케이션 역량의 부족으로 도입 과정이 매우 험난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많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정식적으로 React Native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CTO로부터 고생했다는 말도 들었다.
    • FEConf에서 T님과 이야기를 했다. 토스가 그래도 그 사이에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점.

    좋지만 예상되는 경험을 할 때.

    • 2023년에도 도쿄를 다녀왔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울려라! 유포니엄”의 특별 극장판도 보고 왔다. 정말 좋았지만, 가기 전부터 어떤 경험을 할 지 예상이 되었던 것 같다.

    풀어야 하는 문제를 열심히 풀 때.

    • 회사에서 React Native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았다. 3달의 시한을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렸다. 팀 리더분들과의 정기적인 저녁식사 자리도 마련했다. React Native 온보딩 세션도 10차례 넘게 진행했다.

    5점.

    예상되는 곳에서 평범한 경험을 할 때.

    • B라고 하는 스테이크하우스를 특별한 날에 방문했다. 과거에 뉴욕에서 고급 스테이크하우스를 방문한 경험이 있었기에, 대략적으로 어떤 느낌으로 식사가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예상이 됐다. 실제로 방문해서 한 경험도 비슷했다.

    4점.

    책임감 있게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동안 지속해야 할 때.

    • 금융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하는 엄격한 규제에 따라야만 한다. 감독기관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서 회사의 개발 프로세스를 크게 바꾸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본질적으로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꽤 오랜 시간동안 작업을 해야 했다.

    좋았던 책

    PREA23 2023년의 책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눈을 뜨게 만들어준 책

    •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쇼코의 미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와 같은 책을 보면서 소수자 차별에 대해서 피부로 느끼게 됐다.
    •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를 읽으며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바뀌었다.
    • “지속가능한 나이듦”을 읽으면서 건강하게 늙는 것에 대해서 훨씬 무겁게 생각하게 됐다.
    • “학습하는 조직”을 읽으면서 조직을 내가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적인 시각에서 조망하게 됐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켜준 책

    • “큇”을 읽으면서, 빨리 그만두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며,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으면서, 주거지의 결정부터 연인 선택까지 일상의 문제들도 데이터로 접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1만 시간의 재발견”을 읽으면서, 단순히 1만 시간을 채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 수련”의 환경을 만드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프레임워크를 확립시켜준 책

    • “스틱!”을 보면서, 카피를 작성할 때 도움이 되는 SUCCESs 원칙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 “인플루엔서”를 보면서, 조직에서 변화를 만들 때 동기부여와 능력 측면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은 설득해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게 해서 바꾸는 것임을 알았다.
    • “스마트한 인생관리 시간관리 습관”을 보면서, 할일을 거절하는 습관이 없다면, 아무리 시간을 잘 관리해도 여유 시간이 없음을 알았다.
    • “이너게임”을 보면서, 내가 하는 행동들을 평가하며 채찍질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다.
    • “민주적 의사결정론”을 보고, 회의하는 중에 다양한 절차적 회의 행동을 하게 되었다.

    다음에 해볼 것들

    • 책마다 점수를 매기면 좋겠다.
    • 이 책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는 책을 읽은지 5분만에 안다.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으려고 하지 말자.
    • 보다 내가 모르는 영역의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책읽는 사람을 더 자주 만나거나, 전기가오리를 구독하는 등의 행동을 해야겠다.

    여행지와 호텔

    좋았던 여행지와 호텔을 중심으로.

    9점.

    머릿속에 알고 있었던 것을 벗어나, 생각이 전환되는 경험이 있을 때.

    • 1월 이집트. 카이로라고 하는 도시의 흙과 먼지 냄새가 기억에 남는다. 흥정하는 법을 배웠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경험이 몹시 좋았다.
    • 12월 락고재 한옥호텔에서 투숙. 개량된 한옥에서 사는 멋을 느꼈다. 단독주택에 더욱 살고 싶어졌다.
    • 12월에 샌프란시스코 방문. 미국에서 사는 것에 대해서 180도 다르게 생각하게 해준 경험이었다. 1월 1일에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하고, 아름답게 넓게 펼쳐진 습지에서 야생동물들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은 최고였다.

    강렬한 시각적 인상이 있을 때.

    • 12월 정동진. 역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진 푸른 바다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역전 앞, 푸근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포차에서 오징어순대와 막걸리를 먹었다.

    황제처럼 지내는 경험.

    • 10월 다낭.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영하고 뛰어다니는 경험. 우기여서 날씨가 궂었다는 것은 아쉽다.

    8점.

    탁 트인 곳에서 좋아하는 활동을 할 때.

    • 3월 BMW 드라이빙 센터. 처음으로 미니 컨버터블을 운전해보면서 시원한 공기 냄새를 맡았다.
    • 4월 여의도 벚꽃 러닝. 새벽 6시 반, 차분히 가라앉은 공기를 내쉬며 벚꽃을 배경으로 달렸다.
    • 9월 롯데월드. 너무 좋은 날씨였다. 탁 트인 하늘 아래, 걷거나 귀여운 모노레일을 탔다. 오랜만에 자이로드롭을 타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눴다.
    • 10월 하늘공원. 하얀 억새밭을 바라보며 가족들과 산책을 했다.
    • 11월 남한산성. 성곽을 따라 걸으며 저 멀리 롯데타워를 바라봤다.
    • 12월 북서울꿈의숲. 공원이 너무 아름다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눌 때.

    • 5월 마장호수와 레드브릿지 카페. 아름다운 호수 둘레길을 걷고 멋진 카페에서 흔들다리를 바라봤다.
    • 6월 연천. Z, M, D와 집을 빌려서 도란도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 11월 용인. Z, M, D와 기로띠와 멋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나눴다.

    AC2

    2023년은 AC2 수업을 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AC2 수업을 들은 다음, 나라는 사람이 180도까지는 아니어도 90도는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고 다음날 10시쯤 몽롱한 상태에서 일어나던 내가, 칼같이 7시에 깨끗한 정신으로 일어나게 됐다. 면접에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두려워하던 내가,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일기를 쓰는 것을 매번 실패하던 내가, 꼬박꼬박 매일 5분 일기를 쓰게 됐다.

    이런 변화들이 쌓이면서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원래는 “나만 잘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던 내가, 팀으로서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셜 캐피탈을 쌓아가고 싶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