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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집 구하기

    2023년 5월 6일, 한국에서 혼자 지낼 첫 자취방을 구했다. 아직 계약금만 보낸 단계이지만, 이사일이 명확하게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다음 주에는 본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송파구의 소형 아파트에 7월 11일부터 지내기로 했다. 잘 관리되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이고, 생활 편의시설이 많아서 살기에는 아주 편할 것 같다.

    자취를 할지 말지 고민한 시간이 길다. 지금까지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영역들에 대해서 많이 결정해야 했어서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해 훨씬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내가 집에 대해서 가졌던 걱정과 고민들, 그리고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기록을 기록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아티클 형식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나에게 중요했던 요소들

    부담할 수 있는 예산 범위

    집을 구할 때에는 내가 낼 수 있는 금액의 범위가 얼마인지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나는 보통 물건을 살 때 예산 범위부터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게 대략적으로 얼마 정도 하는지를 검색한다. 그 다음에 그 가격 범위가 내가 부담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금액이 괜찮으면 산다. 금액이 너무 비싸면 포기한다. 지금까지의 내 쇼핑 습관은 대체로 이렇게 예산부터 생각하기보다는 물건부터 생각했다. 예산 범위를 맞추기 위해서 타협하는 것은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집을 구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내가 물건을 사는 습관과는 완전히 달랐다. 부동산에 전화하면 대뜸 물어보는 것이 “예산을 어느 정도로 보세요?” 였다. 거기에 대고 “예산을 특별히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일단 괜찮은 집들을 알려주시겠어요?” 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았다.

    집은 예산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이었다.

    집 가격에 대한 개념이 너무 없어서 처음에는 정보 수집부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원룸 가격부터 시작하거나, 네이버 부동산으로 전반적으로 시세를 확인했다. 집을 하나씩 보고 다니면서 어느 정도 컨디션의 집이 대략 얼마정도 하는지 본다. 그러면 내게 대체로 괜찮았던 집들이 어떤 가격 범위 안에 들어오는지가 보인다. 부동산과는 그 가격 범위에 맞게 커뮤니케이션했다. 그렇게 하니까 말이 편했다.

    집에 있을 때 에너지가 차오르는가

    자취를 결심하고 나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세웠던 원칙이 있다. 이 집에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하는지, 집에 있을 때 에너지가 올라가는지였다.

    생각보다 집이라고 느껴지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집을 찾는 과정에서 오피스텔, 공유주거, 아파트, 빌라 등 다양한 집 형태를 봤는데 집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한정적이었던 것 같다.

    오피스텔은 가장 집이라는 느낌이 덜했다. 오피스텔은 차도에 바로 접해 있는 것이 많은데, 1층으로 내려왔는데 바로 삭막한 도시가 펼쳐져 있다거나 하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집이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지, 집을 나왔을 때 바로 어떤 것을 보게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관점에서는 아파트가 제일 좋았다. 집을 나서거나, 주차장에서 위로 올라왔는데 녹음이 우거져 있고 물이 흐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방 창문으로 평화로운 아파트 전경을 보고 있으면 은은한 행복감이 생겼다. 잔디광장을 거닐면서 햇볕을 받으면 괜히 나른해지고 진짜 쉬는 느낌이 났다.

    조용한가

    나는 소음에 많이 민감해서 집에서 들리는 소리들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쓴다. 낮에 집 바깥에서 강아지가 짖거나 하면 쉽게 집중력이 깨지는 편이다. 밤에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소리도 견디기 어렵다. 층간소음 관점에서, 이전에 살고 있던 X 아파트에서는 바로 윗층에 아이가 주말마다 피아노 연습을 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 집에서는 소음이 그다지 없을 만한 집들을 위주로 살펴봤다.

    상업시설 한복판에 있는 집들은 가능한 한 피하려고 했다. 대로변에서 새벽부터 다니는 버스 소리, 슈퍼카의 큰 배기음은 나를 많이 힘들게 할 것 같았다.

    층간소음은 정말 알기 어려웠다. 한국의 공동주택에서 사는 한 층간소음은 복불복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나마 튼튼하게 시공되어 있는 곳들 위주로 집을 골랐다. AC2에서 만난 한 멘토가 나처럼 소음에 많이 예민하신데, 그분이 정말 열심히 층간소음이 없는 집을 고르려 했지만 결국 집에 층간소음이 있다고 하더라. 그 말씀을 들은 뒤에 결국에는 복불복인 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투룸인가

    원룸인지 투룸인지 여부는 집의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내가 봤던 많은 원룸은 하나의 통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집이라기보다는 잠만 자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반대로 잠자는 곳과 먹고 일하는 곳이 분리되어야 비로소 집 같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거실과 방이 분리된 구조를 위주로 봤던 것 같다.

    방문했던 곳 중에서 서초 리시온이라고 하는 아파트가 이 관점에서 가장 고민되었다. 아파트 자체는 정말 넓고 저렴했다. 주차 자리도 널널했고. 그래서 여기에 살까 말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다만 공간이 통짜 직사각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아늑한 집이라기보다는 큰 강의실이나 회의실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른 부분들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집 구조가 아쉬워서 계약을 포기했다.

    주차가 편리한가

    주중 주말을 막론하고 나는 차를 자주 타고 다닌다. 출퇴근할 때도 차를 타고, 주말에 좋은 근교의 카페에 갈 때도 차를 탄다. 차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활동의 자유도가 크게 달라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집에 주차가 편한지 여부가 많이 중요했다.

    오피스텔이 대체로 주차가 불편한 것 같았다. 별도의 주차비를 받는 곳도 많고, 세대당 주차 대수가 0.5대에 불과한 곳도 많아서 밤늦게 오면 자리가 없는 곳도 많다고 했다. 이전에 10년 정도 살던 X 아파트도, 지금 살고 있는 R 아파트에서도 밤 11시 이후에 오면 주차 자리가 많지 않아서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주차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곳들 위주로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계식 주차장도 나쁘지는 않지만 차를 넣고 빼는 데에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주식 주차가 가능한 곳들 위주로 알아봤던 것 같다.

    회사까지의 거리

    직주근접은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매일 도로 위나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지금 살고 있는 R 아파트의 여건이 너무 좋다. 차가 막혀도 15분, 차가 안 막히면 5분만에 회사에 도달해서 교통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더 긴 업무 시간을 쉽게 확보하고, 남는 시간에 더 오래 쉴 수 있기도 하다.

    대중교통에서 있는 시간을 더 잘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경험상 대중교통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시도는 대체로 실패했다. 성공한 것은 오직 영어 단어 외우기 뿐인데, 15분이면 다 외울 수 있다. 그래서 회사까지 최대 10~15분 정도 걸리는 집이면 제일 좋았다.

    회사까지의 길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경험은 좁은 이면도로 사이를 달리거나, 꽉 막힌 도로에서 하염없이 앞만 쳐다보는 것이다. 1시간동안 뻥 뚫린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것과, 30분동안 꽉 막힌 골목길을 운전하는 것 가운데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회사가 있는 역삼역에서 최대한 대로변으로 다닐 수 있는 곳 위주로 찾았다.

    집을 구할 때 가능하면 자동차를 타고 가서 주변의 운전 환경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돌아올 때 회사를 통과하면서 돌아오면서 이 길을 출퇴근시간에 운전하면 어떤 기분일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보았다.

    대중교통 접근성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대중교통 접근성은 생각보다 많이 중요했다. 술을 먹을 때나, 서울시내 도로 전체가 꽉 막혀 있을 때처럼 생각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서울 안에 있는 곳을 방문한다면 주차 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하기도 하다.

    과거에 내가 살고 있던 X 아파트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정말 좋았다. 3, 7, 9호선이 모두 가까웠고 버스 정류장도 많았다. 매우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자주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혹시라도 술을 먹고 집에 돌아와야 할 때도 집에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반면 지금 살고 있는 R 아파트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별로다. 정확히는 역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이지만, 완전히 언덕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면 언덕을 오를 생각부터 먼저 해야 한다. 덕분에 집에서 나가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나갈까 하다가도 언덕을 생각하게 되면 포기하게 된다. 맘 잡고 나가는 것이 아니면 대체로 집에 있게 됐다.

    두 아파트에서 살았던 경험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대중교통 접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지하철 역까지 평지로, 걸어서 5~10분인 곳으로 구하려고 했다.

    임대차계약 기간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가져갈지 계속 고민하다 보니, 2년 후에 내가 한국에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의 임대차계약은 기본이 2년인데, 2년 뒤의 내 거취가 확실하지 않다 보니까 어려웠다. 일단 계약하면 2년을 여기에서 눌러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많은 부담이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임대차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더라도 다음 세입자만 구하면 빨리 나갈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긴,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서 멀리 이사해야 하는 경우처럼 중간에 방을 빼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월세가 너무 높으면 중간에 들어올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가기에 편하도록 시세보다 약간 싼 집 위주로 찾아보려고 했다.

    내가 방문했던 곳들

    집을 찾기 위해서 내가 방문했던 곳들 가운데 결정에 참고가 되었던 곳들이다.

    에피소드 강남, 서초

    처음에 집 구하기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을 때 무작정 방문했다. 한국 대기업인 SK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유주거 플랫폼이다.

    아주 사악한 가격이 특징인데, 원룸 월세가 150만원 정도였다. 건물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다양한 것과 넓고 깔끔한 공용공간이 있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이렇게 비싸도 되나 싶었다.

    그래도 호화로운 커뮤니티와 대기업이 운영한다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이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컨디션의 방은 이 정도의 가격이 최대치라는 나름의 기준잣대는 되었다.

    대기업이 운영한 덕분에 투어하기도 편했고 인터넷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어서 예약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스트레스도 적었다. 방 보러 다니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라고 하는 것을 안전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지금 구한 집을 생각하면 도대체 왜 이 가격에 이 집을 구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비싸기는 했다. 방을 구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방 보는 법을 배우기 좋은 집이었던 것으로..

    맹그로브 신촌

    맹그로브 신촌은 에피소드 강남, 서초와 비슷한 공유주거 플랫폼이다.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스타트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비교적 세가 저렴하다. 메모어 모임에서 만난 분이 마침 이곳 직원이어서 공용공간 위주로 살펴봤다.

    공간 배치가 에피소드보다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가격도 에피소드보다는 훨씬 합리적이었다. 만약에 내가 공유주거 건물에 입주하고자 했다면 에피소드보다는 맹그로브에 입주했을 것 같다.

    이 당시에 맹그로브 공실이 없었기도 했고, 코리빙 스페이스는 ‘집’보다는 ‘기숙사’라는 느낌이 들었던 게 커서, 입주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직접 비슷한 오피스텔 전세/월세를 구하는 것보다 여전히 비쌌다.

    삼성힐스테이트 1단지

    오피스텔만 한참 둘러보다가 이런 집밖에 없나 싶어서 호갱노노를 열심히 둘러보던 와중 발견한 곳. 강남 한복판에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있었다. 서울에 10평 중반대의 아파트도 있다는 것을 이 아파트로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랫동안 아파트 안에서 살아와서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산다는 것에 크게 익숙하지 못했다. 오피스텔들이 대체로 못해 보인 이유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자취하는 것 자체로도 생활환경이 많이 바뀔텐데, 집의 형태까지 바뀌면 더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소형 평수의 아파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바로 한번 집을 보러 갔다.

    아직까지 처음 이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지금까지 봤던 오피스텔과는 확연히 달랐다. 잘 관리된 식물들, 걷기 좋은 산책로, 편한 주차, 안전하다는 느낌 등등. 그때 날씨도 좋았어서 단지 안을 산책하는 느낌이 특히 더 좋았다.

    회사까지 출퇴근하기도 좋았는데, 큰 대로를 따라서 두 번만 꺾으면 역삼역에 도착했다. 소요시간도 10분 내외로 적당했다.

    결국 계약은 하지 못했는데, 결정이 늦었던 탓이다. 딱 원하는 매물 하나가 있었는데 고민하는 사이에 바로 나가버렸다. 확인해보니까 지금도 그때보다 전세가가 1억 높은 비싼 매물들밖에 없다.

    지금 와서 생각이 드는 것이지만 만약에 이곳에 들어간다고 한다면 12평보다는 14평, 그리고 가벽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 공간 분리가 안 되어 있는 12평은 사실상 원룸처럼 사용해야 해서 집 같지가 않았다.

    서초 리시온

    아파트가 이렇게 좋은 거구나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 혹시 다른 소형 아파트는 어떨까라는 기분으로 방문하게 된 서초 리시온 아파트. 한 동짜리 아파트였는데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 느낌이 났다.

    상당한 구축 아파트여서 구조가 무척 단순했다. 통짜로 엄청나게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방이었다. 웬만한 40평대 아파트 거실보다 컸다. 상당히 단순하고 재미없는 방이었다. 중간에 칸막이 형식의 중문이 있기는 했지만 그 넓은 방을 생각 없이 반반으로 나눈다는 느낌이었다.

    이 집을 보고 나는 복잡하게 생기고 공간 구분이 있는 집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큰 방 하나만 덩그러니 있으면 공간 활용도 어렵고, 단순한 구조 아래에서 내 삶도 단조로워질 것 같았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아파트로 지어져서 넓은 발코니가 있는 게 장점이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가격과 입지를 생각했을 때 아주 공간이 넓었다. 주상복합처럼 쓰이기에 밤에 주차하기도 편했다.

    그렇지만 공간이 너무 단순해서 입주하지는 않는 것으로 했다.

    역삼 빌라

    회사 직원 소개로 보게 된 한 역삼 빌라는 구조만 따지면 제일 괜찮은 집이었다. 거실이 있고 방이 2개나 있어서 공간을 나누어 여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자는 곳, 일하는 곳, 먹는 곳을 잘 나눌 수 있었다. 볕도 잘 들었고, 주차도 자주식에 전용 자리가 있어서 편했다. 주차장 입구에 문이 달려 있어서 문을 열고 닫는 수고는 해야 했지만.

    한참 고민하다가 들어가지 않기로 했는데, 집을 나왔을 때 보이는 뷰가 그냥 빌라촌이었던 것이 컸던 것 같다. 이 상태로는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것 같았다. 또 바로 옆에 먹자골목이 있어서 밤에 시끄러울까봐 걱정되었다.

    다른 팁들

    여러 가지 집을 보면서 새로 배우게 된 내용들이 있어서 정리해 본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집에 대한 정보를 대체로 첫인상으로 많이 알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알 수 있다. 집 근처가 어떤 분위기인지, 위치가 어떤지, 귀갓길이 안전한지 등등. 집에 들어간 직후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밝을 때 어떤 느낌인지, 해가 잘 드는지, 깔끔한지, 뷰가 어떤지 등등.

    이런 부분들이 나에게는 중요한 부분들이었기에 내게는 집의 첫인상만으로 이 집을 계약할지 말지를 거의 결정할 수 있었다. 이 외로 나머지 사소한 부분은 (살아봐야겠지만) 어찌저찌 맞추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기록해 본다. 처음 집을 구하는 입장에서는 뭔가 세세히 따져봐야 할 것 같았지만, 계속 집을 보다 보니 생각보다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여러 부동산과 연락해야 한다

    좋은 물건을 여러 부동산이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부동산과 연락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부동산이 다루고 있는 매물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고 한다. 우선 부동산에서 전속으로 관리하고 있는 매물이 있다. 이런 매물 중에서 금방 나갈 것 같은 매물은 부동산끼리도 공유하지 않고 네이버 부동산에도 올리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 부동산을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만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차피 보여주는 순간 금방 나가는 종류의 물건이다 보니 인터넷에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부동산 하나로는 계약이 잘 안되는 물건을 여러 부동산끼리 공유하기 때문에 여러 부동산이 같이 중개하는 물건은 대체로 조건이 조금 떨어지는 물건이다. 애초에 조건이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부동산과 공유해서라도 중개를 성사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은 중개를 성사시키면 수수료를 받는데, 두 부동산이 공동으로 중개하게 되면 수수료를 절반씩만 가져가다 보니 가능하면 단독으로 중개하고자 하는 니즈가 크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동네라고 하더라도 부동산 여러 군데와 연락하는 것이 좋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예산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조건의 집이 있다면 반드시 계약을 할 것 같다는 분위기를 보여주면 부동산에 좋은 종류의 매물이 들어왔을 때 바로 연락이 오는 것 같다. 이럴 때 빨리 집을 보러 가면 좋은 집들을 잡을 수 있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나에게 좋아 보이는 조건의 집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아 보이기 마련이게 빨리 결정해야 한다.

    내가 이번에 계약한 집도 하루에 3~4명이 집을 보러 왔다. 게다가 내가 계약금을 입금하겠다고 한 지 10분 뒤에 다른 사람이 계약금을 넣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조건의 집은 다들 빨리 보려고 하고 빨리 계약하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내가 찾는 집의 모습을 명확히 하고 조건이 맞으면 빨리 가계약까지 진행하는 것이 상당히 유리한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