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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지인과 친구 사이의 선을 넘는 게 힘들었다. 중학교 이래로 변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일정한 인간관계 안에서 살아왔다.

    변함없는 관계를 원하냐고 하냐면 그건 아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고 가끔씩은 선을 넘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먼저 선을 넘는 건 두렵다. 그래서 좋아하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항상 먼저 선을 넘어와줬으면 좋겠다는 신호만을 보내왔다.

    내가 생각하기로도 이상한 성격이어서 나만 이런 건가 싶었는데, 이번 주에 성격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 성격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Big 5라고 하는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누어서 설명하는데, 그 중에서 외향성과 신경성이 내 성격과 관련 있다.

    책에서 말하는 외향성은 MBTI의 E와 I의 구분처럼 사교적인지 그렇지 않은지와는 다르다. 대신 새로운 일로부터 보상을 찾는 정도라고 설명한다. 나는 항상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데에 열려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책을 읽는 것도 좋고,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보러 가는 것도 좋고, 음악 공연을 경험하는 것도 좋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자연환경을 감상하러 외국에 가는 것도 좋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어도 신선하고 새롭다. 물론 나도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건 즐겁다.

    한편으로 책에서는 또 다른 성격으로 신경성을 설명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신경성이란 “위기를 감지하는 정도, 걱정하는 정도”로, 일이 혹시라도 잘못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거나,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위험을 먼저 생각하는 정도이다. 여기에서 내 성격에 대한 실마리가 나온다.

    생각해보면 나는 사람 사이의 일을 많이 걱정한다. 과거 어렸던 시기, 좋고 싫은 감정을 날것으로 드러냈을 때, 후회로 남아 있는 몇몇 기억이 있기 때문일까. 그때 그러지 말걸, 그런 말을 하지 말걸이라는 후회를 아직까지도 하고는 한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철이 들 때부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게 됐다. 그렇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꾹 삼키고 혼자 소화시켰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선을 잘 넘지 않게 됐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경성이 높은 상태로 지내다 보니 실패에 민감하다. 괜히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할 것 같고 일부 사람들에게서 미움받는 것이 힘들다. 사람들이 업신여기거나 뒷담하는게 두렵다. 그래서 괜히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으려 노력했고 내게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물어볼 때 무난하게 답하려 했다.

    내가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특이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도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더 많이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나에게 특히 어려운 사람들은 무엇이든 흑과 백의 두 분류로 판단하는 사람, 사건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친해지기 힘들다.

    인간관계에 대해 신경성이 높지만 개방성도 높아서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기를 원하는 나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을 건네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까? 아니면 이런 내 섬세하지만 답답한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할까?

    말하지 않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말하지 않는 사람인가? 아니면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인가?